미니 캠핑버스 VW T3 타고 떠나는 토스카나 여행

우리가 캠핑카를 고를 때 남편이 , Zeltanhänger(차 뒤에 네모난 철제 박스를 연결해 끌고 가다 캠핑장에 도착하면 박스 속의 접이식 텐트를 신속히 칠 수 있는 것) 나 큰 캠핑 트레일러를 사면 캠핑장이 아닌 곳에서의 캠핑을 허용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Wild Camping을 할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감이 오지 않았다.
수없이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온 정성을 쏟아 VW T3를 개조한 사람한테서 캠핑용 미니버스를 사서 토스카나로 여행을 떠나고서야 그 말에 절실히 공감했다.
이탈리아는 캠핑카 안에서 하루 푹 쉬었다 갈 수 있는 유료 주차장이 곳곳에 있지만 때로 경치가 죽이는 한적한 곳에서 잠시 주차해 둔 척 하며 하루를 차 안에서 보내기에는 VW 미니 버스(별명이 Bulli)가 딱이다.
자그마한 버스지만 가스레인지와 개수대가 있고 뒷자석을 펴 침대로 활용하면 되니 세계여행도 문제 없다.

Stellplatz(정식 캠핑장이 아닌,하룻밤정도 차를 세워 두고 차 안에서 쉴 수 있는 곳)를 안내한 책을 보고 찾아 간 작은 마을 Trequanda. 유서 깊은 마을이 그렇듯 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작은 골목밖에 없어 마을 입구에 전망이 탁 트인 주차장이 있다. 언덕 위 올리브나무 농장과 포도밭 저멀리 아스라히 겹겹으로 된 산이 보인다.
차 안에 변기나 간이 샤워시설이 없는데 어떻게 캠핑을 즐길 수 있을까?
인근 공원의 공용 화장실이나 숲 속에서 ‚아침 명상(?)’을 하고,고양이 세수를 하면 그럭저럭 할만하다.
모든 불편함을 견디게 해 줄만큼 에스프레소 주전자에서 보글거리면서 끓어 오른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경치가 장관이다.
카페 두 곳,식당 두 군데인 이 작은 마을에 익숙해진 나는 작고 아름답다는 Pienza조차 너무 크게 느껴지고 이어지는 관광객용 상점들에 금방 질려 버려 서둘러 네비에도 안 나오는 작은 농장 겸 캠핑장으로 향했다.
비포장 자갈길과 비 온 후 눅진한 진흙,가로수로 사이프러스가 장관이고 언덕엔 온통 포도밭이다.

스위스인 가족이 운영하는 염소,양 농장 Podere Il Casale는 유기농 치즈를 만들고 올리브 기름을 짜 생계를 유지하나 했더니 북미권에 많이 알려져 끊임없이 단체 여행객이 찾아 와 시설을 둘러 본 후 테라스에서 예약한 성찬을 먹고 치즈와 올리브유를 사 간다. 며칠 더 머물며 쉬고 싶었지만 단체 여행객의 행렬이 그치지 않을 거라 짐을 싸 떠나기로 했다.

Castellina in Chianti

이 곳의 주차장에서는 전기를 쓸 수 있고,유료 화장실과 유료 식수 시설이 있어 캠핑카족들에게 왔다다.

세계적인 명성의 키안티 와인 때문에 엄청 뺀질거리는 이미지일 거란 선입견 을 가지고 아예 키안티지역을 가지 말까 했는데 사랑스러운 마을이다.
마치 와인 저장고 안을 걷는 듯이 아치형 지붕이 있는 골목길이 나오자 탄성 이 절로 난다.
줄 지은 와인 가게. 지금껏 사 마신 토스카나 와인이 다 좋았기에 가격이 10 유로 내외면 사 버렸다.
메인 거리에서 광장 쪽으로 꺾어 올라 가 Trip Adviser 인증 마크를 보고 들어 간 와인 가게 Bottega del Vino는 주인 분이 와인에 대해 별말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심장에 박히는 진정성이 느껴졌다.

여행 마지막날,토요일에 재래시장이 열린다는 Greve in Chianti는 햄,쏘세지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멋진 햄 가게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예쁜 커튼 가게가 인상적이었다.
그림처럼 가게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와 안 통하더라도 몇 마디 나누고 싶었지 만 이제 곧 파장 시간이고 토스카나 여행 길에서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렸으면 하는 철없는 감상으로 약간 울적해져 발길을 돌렸다.

북동쪽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다 나를 현실로 돌아오게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은 유류 가격.
1리터에 2유로가 훌쩍 넘다니.

… 버스 안에서 자기
grün … VW Bus 타고 가기
blau … 카페리로 가기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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